(KBS공영노동조합 성명서)

선거 직전 쏟아져 나오는 편파 프로그램, 법의 응징은 필연이다

- 여야 의원 차별대우하며 균형 못 맞춘 <시사기획-창> ‘의원님의
  두 얼굴’
- <시사기획-창> 2편 「공약과 거짓말?」 편성 취소하라

  4월 4일 밤 KBS 1TV는 <시사기획-창> ⸀의원님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제작된 듯하다. 공영노조가 앞서 요구한대로 이 프로그램의 편성은 취소됐어야 한다. 공영방송 KBS의 존립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한 이들의 보호를 위해서도 사장과 보도본부장 등 회사 경영자들은 취소라는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한 가지만 알려주겠다. 지금은 통합선거법과 관련 법규들이 엄정하게 적용되는 기간이다. 선거 관련 법규들은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성, 중립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의 방송은 바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많은 취재원과 사례들이 동원돼야 하는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법규 준수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제작 여부 결정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4일 방송된 ⸀의원님의 두 얼굴」 프로그램에 대해 벌써 많은 비판과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의정보고서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여야 의원들에 대해 차별 대우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기자의 추궁에 직접 해명하는 경우가 많고 여당 의원들은 보좌관들이 대신 나서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채 대신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답변의 내용도 유/불리 차원에서 판단하면 각양각색이다. 취재 대상 의원 중에는 21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도 있고 출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불만스런 항의들은 언제든 당사자들의 소송 제기로 이어질 분위기다.
 더욱 자세한 진실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시선이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이후 KBS가 법적, 정서적 책임을 지게 되는 수세국면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드려다 보고 선거 관련 법규와 비교해 보면 도처에 지뢰밭이다.

 ⸀의원님의 두 얼굴」이 두 번째 주제로 다룬 ‘비례는 뭐해요’ 부분도 큰 문제다. 이미 앞선 성명서에서 방송 취소를 요구하며 지적한 대로 왜곡된 문항으로 오도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여론조사는 선거법 위반이다. 3일 자에 디지털 뉴스로 대서특필하고 당일 밤 <KBS뉴스9>을 통해 선전했던 것과는 달리 해당 내용이 본 프로그램에서는 간단하게 다뤄졌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여론조사 수치가 보도된 데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왜곡된 내용이 버젓이 포함된 3일 자 디지털 기사와 뉴스 리포트에 대해서는 당장 시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존재한다면 선거 직전에 더군다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 관련 종합구성 프로그램을 철저한 검증과 점검 없이 방송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정치인과 정치과정을 감독하고 검증하는 것과 이런 저런 흠집 내기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경쟁자들 사이의 산술적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선거일에는 아예 후보자 관련 검증 보도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본부 탐사보도부(부장 최문호/팀장 정수영)는 이번주 금요일인 4월 10일에 <시사기획-창> 2편 「공약과 거짓말?」을 방송하겠다고 예고했다. <시사기획-창> 방송이 나가는 제 날짜도 아닌 데 차고 들어와 이뤄진 특별 편성이다. 갈수록 가관이다. 제목에 물음표가 들어갈 만큼 자신도 없다면 그만 멈춰라. 복잡한 사안을 단순화하고 몇 대목만 거론해서 비난한다고 좋은 프로그램은 아니다.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 공영방송 KBS를 사유화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결단코 용서될 수 없다. 국회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비례의원 중에 김말룡 의원만 최고라는 결론’을 프로그램의 클로징으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겠는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의 비난을 자초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제작 관련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장과 보도본부장 등 사측이 반드시 져야 한다. 민심을 왜곡하고 선거에 잘못된 영향을 주는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2020년 4월 6일 KBS 공영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