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 성명서]

제목 : 김어준씨 출연료 문제는 ‘예산 집행의 적법성’ 문제이다. 위법한 예산 집행은 ‘나라 망할 일’에 해당한다. TBS는 출연료 지급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의 출연료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TBS는 김어준씨가 설립한 1인 법인인 ‘주식회사 김어준’과 정식계약을 맺지 않고 구두계약만으로 출연료를 입금해 왔다. 만약 TBS가 서울시 사업소였던 2020년 2월 이전에도 정식계약 없이 김어준씨의 출연료를 지급하였다면 이는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8조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7조 등을 위배했을 가능성이 높다.

TBS가 김어준씨의 출연료를 적법 정당하게 ‘주식회사 김어준’에게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은 김어준씨가 소속된 ‘주식회사 김어준’과 계약을 맺고, 김어준씨를 출연시키는 용역을 ‘주식회사 김어준’에게 제공 받는 것이다.

문제는 TBS는 김어준씨와 맺은 계약에 대하여 원천징수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어준씨가 ‘주식회사 김어준’과는 독립된 자격으로 프리랜서(인적 용역사업자)로서 TBS에게 출연료를 지급 받기로 하였다면 TBS는 김어준씨의 인적 용역 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법에 따라 3.3%원천징수 의무를 진다.

만약 TBS가 ‘주식회사 김어준’과 ‘계약서 없는 계약’을 맺고 김어준씨를 출연 시키는 용역을 제공 받았다면 법인 사업자인 ‘주식회사 김어준’은 TBS에 공급 받는 자 보관용 세금 계산서를 발급하였을 것이다. 2011년부터 모든 법인 사업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비용을 계약서 없이 사후 발행되는 세금계산서만으로 지출 증빙을 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소규모의 개인 사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공사ㆍ물품ㆍ용역, 그 밖에 재정지출의 부담이 되는 계약에서는 검사한 후 또는 검사조서를 작성한 후에 그 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TBS는 "서울시 사업소 시절부터 ‘기타 보상금’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여 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과연 ‘기타 보상금’이 원천징수의무가 있는 비용과 계약의 대가를 지급할 수 있는 과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TBS와 서울시는 예산과목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서울시 사업소 TBS’의 예산운용 규정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사업소 TBS’는 TBS가 서울시 출연 재단으로 전환되면서 사라진 만큼 이를 공개하는 것은 서울시의 행정사무나 TBS의 경영과 관련해 어떠한 위험도 초래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련 규정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변은 아울러 김어준씨의 출연료를 둘러싼 논란은 김어준씨의 문제가 아니라 ‘TBS의 예산 집행의 적법성 문제’임을 분명히 밝힌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 관행에 따라 출연료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TBS의 입장문에 대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진행자가 진행하고 있는 TBS 라디오 방송 일부가 예능(음악방송)으로 보인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는 문화예술인과 서면 계약 의무를 부과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7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구두계약만으로 출연료를 지급한 TBS의 행위는 ‘업계 관행’이 아니라 위법 행위에 불과하다.

결국 TBS가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8조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7조를 장기간에 걸쳐 위반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TBS가 서울시 사업소 시절 반복적으로 법령을 위반해왔다면, 그리고 위법 행위를 해명의 근거로 제시할 만큼 TBS 임직원들이 법령을 위반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미약했다면 서울시출연기관으로 법적 지위가 바뀐 지금의 TBS 역시 ‘업계의 관행’에 따라 위법 행위를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 또한 높다.

경변은 TBS의 위법한 업무 관행의 실체를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한다. 법령에 위배해 증진될 수 있는 ‘서울시민의 공공복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경변은 ‘출연료 지급 기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거절된 한 시민을 대리하여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앞으로도 경변은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통해 TBS가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반복해온 위법행위의 실체를 밝혀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2021. 4. 22.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상임대표 홍세욱 변호사, 미디어감시단장 유정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