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 성명]
토지 국유화에 바탕을 둔 ‘싱가포르식 주택 정책’은 대안이 될 수 없다.
25차례에 걸친 ‘종합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싱가포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도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하면서 ‘싱가포르식 주택 정책’이 실험적으로 도입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싱가포르 식 주택 정책에 대한 관심은 이번만은 아니다. 박원순 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론 홍준표 의원 역시 2006년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싱가포르식 주택 정책을 주택 정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유지를 장기 임대 형태로 제공하고 주택을 건축하는 싱가포르식 주택 정책은 높은 수준의 토지 국유화를 가정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1965년 독립 직후 토지수용법을 제정해 토지 국유화를 시작한 싱가포르는 면적이 718 제곱 킬로미터에 불과한 도시국가로 최고표지가 해발 166미터에 불과한 매우 평탄한 지역이다.
『2020년 지적통계연보』에 따르면 지적 공부상 국, 도유지는 각기 사유지의 36.5%, 4.46%,  이중 지목이 대垈인 토지는 각기 사유지의 4.1%, 1.68%에 불과하다. 한편 국유지를 기준으로 행정재산은 96.9%에 이른다. 행정재산은 직접 공용, 공공용, 또는 기업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으로 행정기관의 청사, 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도로를 폐쇄하고 행정기관 청사를 없애지 않는 한 사실상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국도유지는 거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수립 후 70여년이 지난 지금, 싱가포르가 독립 직후부터 추진해 온 토지 국유화를 우리가 이제 와서 그대로 베낀들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해외 사례는 언제나 참고의 사례일 뿐 우리에게 적합한 정책은 우리의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나라는 이렇다, 저 나라는 저렇다"를 읊조린다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벌써 10년 넘게 ‘싱가포르 식 주택 정책’이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주문처럼 등장하는 것으로도 입증되는 일이다. 외국의 사례에 앞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1. 2. 15.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상임대표 홍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