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변(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성명]
6, 70년대 ‘불도저 도시개발’을 연상케 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공공 주도 특혜와 토지 수용 확대에 앞서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경변(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국민의 재산권과 주거권을 침해하는, 오로지 공공 주도  주택 공급에만 특혜를 주는 정책에 반대하며 공공 주도 사업에 특혜 주고 토지 수용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공급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주택공급 활성화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자료집’에서 "규제 중심의 정책 운영이 매매·임대료 동반 상승, 지역별·상품별 풍선효과 발생, 자산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 역시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가 필요함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수용 사업 확대를 명시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역세권(5천㎡ 이상)(승강장 350m 이내), 준공업(5천㎡ 이상)(산업쇠퇴지역), 저층노후(1만㎡ 이상)(공공개입要 노후지역))’은 정부가 ‘착한 재개발’로 홍보하고 있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사업’과 유사한 형태라는 점에서 재산권과 주거권 침해에 따른 국민 피해가 매우 극심할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계획하고 영등포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토지공사(SH)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사업으로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은 360여명이 거주하는 영등포 쪽방촌 약 1만㎡를 개발해 쪽방 주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370호와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600호를 2023년까지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정작 수십년째 해당 토지를 소유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고 있던 토지주들의 재산권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토지주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 토지주의 90%에게 적용될 토지보상 방안이 ‘현금청산’밖에 없다. 일단 토지주들은 쪽방촌에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로 들어설 공동주택에도 입주가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재개발에 따른 이주자 주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람 공고일부터 계약일까지 실제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3기 신도시 등에서 대토보상을 적극 권장했던 정부는 유독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에서만 대토 보상 불가를 선언했다."땅이 좁아 토지주들에게 일일이 땅을 나눠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사업’의 대상 면적은 1만 제곱미터, 3,025평이다. 같은 문제는 특히 사업 대상 토지의 면적이 작은 정비사업구역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익 목적이 초헌법적인 주택 행정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에 한정해 특별한 혜택을 부과하는 것 역시 부당한 차별에 불과하다. 강제수용을 통한 택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6, 70년대 개발독재 시절의 부활을 연상하게 한다. 2005년 12월 1일 출범한 대한민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공단 조성을 위해 농민들이 경작하던 구로동 일대 농지를 강제 수용했던 ‘구로동 농지 사건’을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유족 등 331명이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국가가 이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산정한 금액은 이자를 포함해 3241억원에 이른다.
60년 전 ‘산업화’를 명분으로 추진된 공권력의 남용을 이제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더 광범위하게 재연하려는 정부와 여당에서 권위주의 정부의 잔영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2021. 2. 4.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상임대표 홍세욱)